울산을 나왔다. 정신없이 나온거 같았다. 추억이 너무 미화되어서 그랬던 걸까. 예전에 상상했던 장소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변했다보니, 조금 버티기 힘들었다. 유일하게 똑같았던건 아파트 하나뿐.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히 담겨있던 장소가, 사진처럼 인출될줄알았는데 아니였다. 결과는 꽝. 원래 울산에 하루 묵을 생각이였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곧바로 버스 터미널로 이동했다.
그렇게 빨리 이동할줄은 몰랐다. 슬슬 집에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보니 말도 안하고 그냥 생각나서 여행을 했던 것이였기에, 이게 정상이 맞았다. 대충 나갔다 온다고 적어뒀웠다. 아- 욕을 좀 먹겠지. 하고 느꼇는데 생각보다 아무도 안말해서 놀라웠다. 하긴, 바깥이라도 좀 돌아다닐 상황이였으니... 여튼 그렇게 다시 울산 터미널로 돌아갔다.
창원행.. 창원행.. 뒤져보니 고속버스가 아니라 시외버스로 있었기에, 별수 없이 시외버스를 탔다. 중간에 잠시 들려서 먹은 김치 볶음밥이 먹을만했다. 대체 나는 무슨생각으로 밖으로 나온걸까.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그때쯤 가서야 그걸 좀 나 자신에게 묻고 싶었다.
왜 나왔니.
이거다! 하는 정답이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럴까. 남자는 역시 가오야, 하고 그냥 나와버려서 그런걸까. 하드보일드를 딱히 추구한것도 아니였다. 그냥 아- 이제 좀 여행좀 해봐야겠다. 이런 무신경한 생각이 덜컥 일을 이렇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음식점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정말 답이 없구나. 역시 나는 계획성 없이 그냥 저질러 버리는 녀석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싫진 않았다. 이것 저것 따졌다간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기에, 애초에 날 돌아본다거나 하는 그런 거창한 여행도 아니였다.
그냥, 음.. 그냥 예전에 태어났던 그곳이 어떻게 변했을까. 나도 변했는데, 당연히 그 지역도 변하겟지. 이런 마음으로 무턱대고 출발했던거 같다. 하지만 너무 변했었다. 내가 따라가기 힘들정도로 도시는 변한다. 20년의 세월은 강산을 두변 변화시켰다. 강이 있던 곳은 강이 사라졌다. 공사를 하던곳은 당연히 상가 밭으로 변해있었다.
그 쪽에 살았던 사람들은 날 기억할까. 날 기억해줘요, 이렇게 말 하고싶진 않았지만 최소한 먼 타지에서 누군가가 날 기억해준다면 그건 되게 기쁜 일이 아닐까. ..여튼 밥을 대충 먹고 창원행 버스를 탔다. 슬슬 다시 전화가 온다. 대충 이야기하고 끊어버렸다. 창원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넷북이 슬슬 뜨거워진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녀석. 이녀석은 지갑 다음으로 중요했다. mp3대용으로 쓰고 있다보니 결국 항상 고생했던건 넷북이였다. 이어폰 속에서 골라왔던 노래가 하나하나 들려오면서 잠이 솔솔 왔다. 재밌는게 살짝 잠이 올땐, 의식은 있는데 귓속에 아무것도 안들리다가, 의식이 명확히 오면 갑자기 빵- 하고 귓속에 노래가 크게 들린다. 그거 묘하게 신기했다.
그리고 몇시간 뒤, 창원에 도착했다. 사실 여기에 온게 15년만이라곤 했지만 한 이주전에 오긴 했었다. 친구 결혼식을 바로 터미널 옆 거대 빌딩에서 했기에 낯선 곳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건 결국 그 빌딩에서만 있었던 거기에, 여기에 왔다는 생각은 잘 들지도 않았다.
터미널을 나오고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와- 창원이다! 정말 저런 느낌이긴 했다. 일단 두근 두근했다. 15년, 아니 18년인가.. 대충 그쯤만에 왔으니 그래도 울산보단 덜 변해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심이 마음속에 조금은 있었다. 그리고 택시를 잡은 뒤, 지금도 생각나는 주소를 들고 목적지를 향해 갔다.
20분뒤, 도착한 곳. 머릿속에 하나 하나 떠올랐다. 아, 그래 나는 여기에 있었다. 하는게 생생히 기억날 만한 공간이 보여졌다. 울산과는 달랐다. 추억 그대로의 모습을 계속해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 나는 여기에 살았었다.
그리고 무심코 사진을 찍었다. 그냥 상가 내부를 찍어버렸다.
똑같았다. 빌어먹은 낡은 엘리베이터도 여전했고, 문구점도 책방도 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15년의 세월은 너무 컸다. 두개 있었던 슈퍼는 어느넛 하나가 철거되어 버렸고, 문구점과 책방을 제외한 다른 가게들은 당연히 물갈이가 되었다. 피아노 학원이 있던 장소는 성인용품점이 생겨버렸다.
어머니가 있었던 가게는 이상한 가게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거보단 건물 자체가 그대로 있있었다는게 맘에 들었다. 머릿속에 하나 하나 박혀있었던 그곳이였다.
학교로 가던 길도 여전히 있었다. 어두웠지만 유치원으로 가던 길도 여전했다. 그리고 아파트도 똑같이 있엇다. 그떄 그 장소 그대로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라는 위용을 보여줬다. 되게 설레였다. 별것도 아닌것에 흥분했다. 왜 그런지는 지금도 모른다. 아마 머릿속에 남아있던 사진 그대로 그 장소가 있었기에 감동을 받았던게 아닐까.
관광은 나중에- 일단 묵을곳을 찾자는 생각에 근처 동네를 재대로 탐험하기 시작했다.
뒷쪽으로 가는 길도 여전히 있었다. 예전엔 저 길로 가면서 하천 부지에서 개구리를 잡기도 했었다. 뭔가 더 많은 곳을 둘러 보고 싶었기에, 나는 버스 거리로 몇정거장 되는 길을 막 걸어다니면서 봤다. 그것도 저녁에. 덕분에 하나 하나 위치파악은 재대로 하게 되었다. 여기가, 예전엔 어디였고 여긴 어디였고. 그걸 알다보니 나름 또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찜질방이 근처에 없었다. 배드타운이라서 그런걸까. 대구에 살땐 그러지 않았는데,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삥 둘러 상가로 되돌아 온 뒤 피씨방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결정했다. 너무 오래 걸어서 그런걸까. 다리가 좀 아파왔지만 괜찮았다. 즐거웠으니까.
아파트 여행. 생각해보니 정말 아파트여행이다. 그렇게 아파트 여행의 첫날이 끝나갔다. 창원에는 하루를 더 묵어도 되는구나. 솔직히 조금 안도했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아파트 여행을 계속해보자. 추억이 하나 하나 여러 장소에 숨어있을지 모른 다는 생각에, 피씨방에서 꽤 안도하고 하루를 보냈던거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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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계속 쓰니 쓰기 귀찮아진다..